애정의 반대는 무관심이라고 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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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면서 들은거

 

 

 

 

 

"사람은 무엇인가."

 

이치지쿠는 썩은 피 묻은 메스를 흔들며 말한다. 그건 외형과 영혼을 통틀어 말하는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대화와 교류가 통하는 것이 가장 근본된 개념이다. 그렇다면, 이치지쿠가 무언가를 흔든다. 손바닥 크기로 자른 썩은 살점이다. 이 냄새는 주위에 익숙할 정도로 가득 차고 있다.

 

이것은 기어코 모든 점에서 인간이 아니게 되지 않았느냐고 말하는 순간 손을 놓자 철퍽이는 소리가 난다. 바닥에 떨어진 살점이 뭉개졌다. 야츠모는 선글라스를 고쳐썼다.

 

이케부쿠로를 포함한 세상이 마치 영화와 같이 좀비 떼에 쓸려간 뒤 5주째의 하루였다.

 

며칠 내내 목이 반쯤 뜯어져도 곤충마냥 움찔거리는 시체를 가르고 갈고 뜯고 분해하던 이치지쿠가 드디어 어두운 방을 나와 새삼스러운 깨달음처럼 말했다. "드디어 정말 괴물이 되어 버렸군." 대화도 통하지 않고, 외견도 끔찍하며, 상식에서 벗어난 데다가 사랑의 조각도 이해할 여지가 없어. 사람의 시대는 끝났다.

 

창 밖에서는 익숙하게 들려와야 할 자동차가 움직이는 소리, 사람들의 말소리가 섞인 백색소음이 아닌 기괴한 울음소리와 무언가가 잘못 부딪히는 음이 공허히 울렸다. 아직 멀쩡하지만 더러운-무언가의 체액일것이다-창 아래로 거리를 내려다보면서 이치지쿠는 혼자 말했다.

 

"이해할 여지조차 없는 것이 돌아다니는 세상을 어떻게 참지?"

"적응 자체는 빨리 한 것 같은데?"

"죽고 싶은 생명은 없어. 있다면 대화가 성립할 수 없지. 빨리 죽는 게 무엇보다 원하는 일일 테니까 말이야. 사실 '죽고 싶다'고 말하는 것들의 대부분은 진지하게 생각할 이유가 없는데,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면 나에게 그걸 밝힐 이유조차 없이 죽은 채로 발견되는 게 세상의 이치이기 때문이야. 즉 내 감상이 어떻든 살고 싶다면 가능한 상황에 적합하게 적응하는 게 제일이지, 야츠모 군."

" 그래서?"

"만약 내가 분을 못 이기고 전부 멸망시키려고 한대도 현실성이 없어. 아무리 생각해도 국가적인 차원에서 다룰 수 있는 게 필요해. 초자연적인 현상이라는 건 의외로 세계 멸망까지 가면 영향력이 높지 못한 거야, 어떤 점에선 낭만적이지. 이 세상을 정말로 망하게 할 수 있는 건 사람의 기술이라니 얼마나 아이러니."

"알아듣게 좀 말해."

"너는,"

 

이치지쿠는 썩은 피가 묻은 장갑을 벗어 창밖으로 던지고 잠시 침묵했다. 이어지는 말은 딴소리다. "호쿠토 군이랑 아키 군이 저녁에 온다고 했는데."

 

정서 불안이라니까? 야츠모는 상황과 환경에 맞지 않게 여전히 푹신한 소파에 앉아 생각했다. 열화같이 이런 상황에 대한 짜증을 쏟아내다가, 적당히 한두가지의 시체-라고 해야 할지 좀 고민은 된다-를 가지고 며칠을 썰고 나누고 뜯어보다가, 갑자기 나와선 조용하게 앉아 있고, 어느 날은 이렇게 유쾌한 사람이 없겠다는 듯이 소리내 웃으면서 재미를 찾는 꼬라지를 보면, 전 연인들을 같은 자리에 모아놓고도 사이가 좋다 웃을 눈치 죽은 인간도 정서 불안이라는 걸 알아챌 법 했다. 그리고 야츠모는 신경을 안 쓰는 거지 그보다는 눈치가 있었고 감도 괜찮았다. 언급해도 긁어 부스럼 아니야? 애시당초 꼬인 인간이 이럴 때에 곧이곧대로 말을 할 리가 없다. 야츠모는 창밖으로 시간을 가늠했다.

 

"곧 6시쯤 되겠는데."

 

말이 끝나자 마자 아직 약이 떨어지지 않은 초인종을 누르는 소리가 들렸다. 엘리베이터니 자동문이니 하는 것도 언젠가는 수동으로 교체되고 마는 때가 오겠지. 이치지쿠의 목소리에 어느새 옅은 웃음기가 섞인다. 장례식을 열자. 인류의 문명아, 안녕, 잘 가라….  아직은 꽃이 피는 9월이었다. 하얀 들꽃의 꽃잎이라도 뿌려주며 애도하자고 이치지쿠가 나지막히 말하다가 느닷없이 박수를 친다.

 

"뭐, 누군가는 끈질기게 발전기를 돌리고, 설비를 정리해서 이어나갈지도 모르지만."

"있겠지, 꽤."

"영화도 아니고."

 

드물게 냉소적인 목소리다. "영화야 늘 해피엔딩 아니야?" 야츠모는 굳이 생각하지 않고 대답한다. 이치지쿠도 웬일로 생각없이 "그렇지" 수긍하며 문가로 향했다.

 

체인을 뺀 문의 너머에 서 있는 해결사와 전 야쿠자의 둘은 말하기를, 잠시 여행을 떠난다고 했다.

 

"이제 일도 없으니까요."

"조금 위험할지도 모르지만, 제 실력에는 자신이 있어서."

"호쿠토 씨는 많이 드시니까, 그건 좀 잘 준비해야 할 것 같아요."

"그동안은 여유가 없었죠."

"아오모리에도 가 보고 싶고, 뭐랄까, 해외는 역시 어려울까요? 섬이니까."

"괜찮은 배가 남아있을지도 모릅니다."

 

오랜만의 휴가 일정이라도 나누는 듯한 어투였다. 이치지쿠는 턱을 괸 채 돌아올 예정인지를 물었다. 미소는 흐릿했다. 극한 상황이란 어찌됐건 사람을 강제로 솔직하게 만드는 구석이 있어 이치지쿠의 태도는 비교적 알기 쉬웠다. 예를 들면 이 둘과 대화하는 때에는 비교적 평온한 분위기인 것이다. 아까 그 지랄은 어디 갔느냐고 야츠모는 허허, 생각한다. 남들이 보면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는 여전히 그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다.

 

마시지도 않는 커피를 내놓고 넷은 담소라도 하듯이 둘러앉았다.

 

"언젠가는 돌아오겠죠, 이케부쿠로가 집이니까요."

 

사람들이 안정적으로 정착해 사는 곳을 발견할 수도 있지 않느냐고 누군가 물었다. 아키와 호쿠토는 서로 마주보고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설핏 미소짓는다. 그런 건 그때가 되어야 알 수 있는 법이니까요, 둘은 닮은 어조로 대답한다. 이치지쿠는 그것을 턱을 괸 채 가만히 보고만 있었다.

 

이 현상에 영향을 크게 받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연스레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고, 그 대표격이라면 이 둘이다. 그렇다면 다음에 건강히 보자고. 이치지쿠는 마찬가지로 휴가 떠나는 사람에 대한 인사로 대화를 마무리했다. 선물 챙겨 오고. 바다는 아직 괜찮을까요? 글쎄, 냄새날 것 같은데. 좀비가 바다로 들어가진 않을 테니 깨끗한 곳도 남아있을지 몰라요. 사람이 잘 안 오는 해변도 일본엔 많습니다. 관광 명소에는 갈 수 없겠군.

 

"어머나, 그럼 이렇게 된 게 거기 사는 분들께는 그래도 다행일까요?"

 

장사가 어려워질 테니, 아예 장사를 안 해도 되는 상황인 게 마음 편할지도 몰라요. 아키가 말하고 텐쿠는 끄덕인다. 이케부쿠로에 사는 사람들은 상황을 제 식대로 해석하는 것에 능했다. 뭐, 그렇게 해석할 수도 있나. 조금 어이없어하며 수긍한 야츠모가 소파 뒤로 기대 앉을 때 즈음 이치지쿠의 웃음소리가 울렸다. 명칭을 자세히 한다면 폭소다. 의아해하는 둘과 황당해하는 한 명을 놓고 한참을 더 웃던 이치지쿠가 돌연 웃음을 그치고 손을 휘저었다.

 

"선물은 꽃다발이 좋겠어."

 

꽃이 거기에 있다면요, 하고 떠나간 둘을 배웅하고 야츠모는 새삼 생각한다. 여기에 남아 있을 것인가? 저 둘의 선택을 보자 떠올린 일이다. 짐작이라도 한 듯 이치지쿠가 입을 연다.

 

"탐험가가 되고 싶은 마음이라도 들었어?"

"좀비 영화는 보통 그런 편이긴 하지."

"새벽의 황당한 저주."

"책이야, 영화야?"

"영화야. 동네에 그대로 남는 좀비 영화지."

 

이치지쿠는 한 모금도 마시지 않은 커피를 들고 걸어 창 밖으로 내던진다. 날카로운 소리가 저 아래에서 도플러 효과마냥 퍼진다. 자동차의 경보 소리가 시끄럽게 울렸다….

 

"좀비는 잘 필요가 없지? 그래서, 좀비를 묶어서 카트를 끌게 한다던가, 뭐 그렇게 마을이 안정을 찾았다는 영화."

"B급이군."

"세상은 정상화되고, 무한 동력도 얻었으니 메데타시 메데타시, 세상은 좀비 사태 이전보다 밝고 건강히 돌아간다. 좀비는 노동 착취란 것도 없으니 더더욱 그렇지."

"방금 네가 덧붙인 말로 단숨에 블랙 영화가 된 것 같은데?"

"언제 그런 걸 신경썼는데, 얏층?"

"그건 대체 어디서 나온 별명이야?"

"룰렛 깜짝 당첨 같은 거야."

 

자, 그래서, 제군. 이치지쿠는 서늘한 집 안에서 선 채 다시 묻는다.

 

"어딘가로 가고 싶은 기분이라도 들었나?"

"어딘가는, 어디."

"어딘가."

"목적지가 없는데."

"기분이 중요한 거야."

 

산책을 하자.

 

평화롭던 세상에도 하지 않던 말을 최근 자주 듣는다. 언제나 그렇듯이, '굳이' 그러지 말하고 하거나 다른 걸 하자고 할 이유를 크게 느끼지 못하여 야츠모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이라면 이케부쿠로에는 컬러 갱이니 뭐니 하는 집단이 어슬렁거리던 탓으로 꽤 많은 좀비가 그냥 시체가 되어 운신하기는 비교적 수월한 편이었다. 라디오에서 때때로 불시에 흘러나오는 다른 도시의 상황은 복불복이다.

 

"이제 휠체어는 못 쓴다."

"못 걸을 거 같으면 좀 들어 달라고."

"너 말야."

 

불을 끈다. 계단을 내려간다. 때때로 검게 물든 조각이 난간에 널려있거나 한다.

 

최근에 쥰 씨 결혼했던가, 라고 안부를 묻는 듯한 목소리가 통로에 울렸다. 이 사태가 나기 얼마 전이다. 결국 묻어주었다고 스쳐 지나가는 중에 들었던가 싶다. 사소우 아야카는 바다로 돌아간다고 했다. "우얍니꺼, 뭍에서 죽으면 안된다 캅니더. 저도 바다로 돌아가고 싶고예. 당연한 일입니더." 바다가 더러워질 수도 있으니 그 전이 좋겠다며 피가 처덕처덕 묻은 채 산보라도 가듯 한 방향으로 쭉 걸어갔다.

 

공안인 '레이'는 보이지 않았다. 그거 참 공사 다망할 시기다, 라고 이치지쿠가 웃은 것을 야츠모는 떠올린다. 학생인 아이들은 마주친 적이 없다. 학교가 타 있는 걸 보면 다같이 피난이라도 간 모양이었다. 학생은 학교에 묶인다거나, 미디어에서 자주 나왔지만 하긴 단체 생활 하는 거니까 그렇겠지. 애매한 학창시절을 더듬어 볼 즈음 마지막 계단을 밟았다.

 

대 재벌의 후계자를 찾는다던 인조인간 메이드는 지금이야말로 진정한 시련을 뚫고 후계자 될 분을 찾아낼 때라며 초반 얼굴을 익힌 사람들에게 무표정하고 씩씩하게 알린 전적이 있다. "히로 군은 뭐 연구소려나." 난 치료제를 만들 생각은 딱히 없는데, 보통은 아니겠지. 삼삼한 목소리로 이치지쿠가 말했다.

 

건물을 나서면 아까 버린 컵에 위가 깨진 차량이 연기를 뿌리고 있었다. 붉고 긴 그림자가 곧 어둡게 흩어졌다. 밤이다.

 

야츠모는 주변을 한번 둘러보고 그때야 눈치챈다. 어디로 가고 있지?

 

"뭔가 모이고 싶어하지."

그 생각을 끊듯이 말은 들려온다. 이치지쿠가 손가락을 하나 펼치고 서로 맞대었다. 지붕을 세우는 듯한 모양이었다.

 

"뭔가, 이런 일이 생기면. 누군가와 비교하거나 의지할 예시를 찾아서. 아무튼 어딘가로모이고 싶어 한다고 할까나? 너희는 꽤 무리 동물이란 말이지. 안 그래?"

 

대답이 딱히 없어도 이치지쿠는 말한다. "쉘터라던가, 치료제 연구소나, 스스로 꾸린 기지."

 

"영화 단골 손님?"

"어딘가로 가고 싶다, 는 이 자릴 피하고 싶거나, 더 좋은 곳으로 가고 싶거나, 두루뭉술하다면 그런 개념 아닌가? 하지만 특별히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은-말하자면 이전의 삶을 유지하고 싶은 경우에는 어느 재난이 닥쳐와도 굳이는 떠나려 하지 않지. 말 그대로 목숨의 문제 정도가 이유가 되려나."

 

애매한 비음이 흘러나온다. 이치지쿠는 맞장구치듯 콧방귀를 뀌고 선샤인 빌딩 앞에 멈춰섰다. 빌딩의 유리는 온통 깨져 있다. 지금쯤이면 투덜거리는 소리가 한 바가지는 들려와야 정상인데. 야츠모는 조금 덥게 느껴지는 붕대를 긁적인다. 둘은 군말없이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아직 여름이라 해는 짧다.

 

얼마 안 가서 이치지쿠가 쉬고 가자고 말했을 때, 그러고도 대략 2시간에서 3시간 정도가 지났을 때, 야츠모는 하늘이 미묘하게 밝아짐을 먼저 눈치챈다. 선글라스 끼고 용케 아네. 이치지쿠의 의미없는 감탄이 흘러나온다.

 

뭐하자는 건지.

 

"너는 말야."

 

그것은 며칠 전과 같은 어조와 같은 목소리였다. 야츠모는 밝아오는 새벽을 멍하게 보다가 2초 늦게 반응한다. 뭐라고?

 

"여기에서 어떤 행복을 그릴 수 있지?"

"또 희한한 걸."

 

굳이 생각을 해야 하나? 깨진 유리를 밝고 야츠모는 한쪽 눈을 찡그렸다가 어깨를 으쓱한다. 이미 답을 알면서도 묻는 이유가 뭘까?

 

못 할 거야 없지, 기적적으로 백신을 찾아서 잘 될 수도 있는 거고, 그러면 확실하게 행복할 테지만 뭐. 야츠모는 말을 잇다 아주 짧은 침묵이 있다.

 

"당장 살아만 있으면 괜찮지 않나?"

 

늘상 하는 말이다.

 

그것을 듣고 이치지쿠는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며 가만히 고개를 기울이더니, "난 그릴 수 없네." 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저편을 가리킨다. 정면에는 금성이 밝아오는 새벽의 하늘이 있다. 아쿠아리움의 포스터가 얼룩지고 헤진 채 벽에 붙어 있었다. 야츠모가 시선을 손끝으로 향했다가 되돌린다. 뭔지 모르는 눈치군. 이치지쿠는 한탄하듯 생각한다. 뭐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아. 아마 목소리로 나간 모양인지, 야츠모가 "뭐라고?" 되물어 온다.

 

"그 말에는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네가 동의를 해?"

 

이치지쿠는 그 말을 무시했다. "네가 주체하기 어려운 감정을 가져본 적 있을 것 같지는 않아."

 

"포기나 체념이 빠르고, 좋게 말하면 적응이나 이해가 빠르지. 안 되는 걸 굳이 잡고 있는 타입이 아니야. 더 열심히 사는 쪽이 나는 보기에 좋다는 개인적인 감상은 차치하고."

 

애매하게 불온한 열기가 섞인 목소리에 야츠모가 혀를 찬다. 그것을 기점으로 이치지쿠는 다시 산뜻한 얼굴로 돌아왔다.

 

"결론적으로, 사람은 때로 이성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일을 하지."

"넌 매일 그러잖냐?"

"그래, 뭐어, 그럼 내가 매일 감정적이라고 쳐. 왜 수긍하지, 같은 얼굴이네? 두 개를 병행할 수 없는 건 아니잖아? 사람은 언제나 적응의 동물이라고."

 

이치지쿠는 드물게 솔직히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난 언제나 주체하기 어려운 감정과 살고 있었단 말이야. 알겠어, 소년? 새삼스럽지도 않을 텐데."

" 말인즉?"

"네 말의 기본 소견에는 동의하지만, 다소의약간의 충동적인 일들은 어쩔 수 없다는 이야기지."

"다소?"

"좋아, 꽤나 자주."

 

짜증스러운 목소리가 수긍한다. 그리고 아침까지 조용했다. 야츠모는 문득 선글라스를 고쳐 쓴다. "그런데."

 

"어쩐지 오늘-이라고 할까, 요즘 난 그냥 듣기만 하는 기분이 드는데?"

"그야 넌 아직은 살아 있는 걸로 충분하니까."

"왠지 어감이 묘하다?"

"동기가 없어, 너는. 야츠모 군. 쿠로이키 야츠모. 명확하거나, 강하고, 즉각적인 동기는."

"보통은 없이 살지."

"난 있는데. 뭐, 그건 됐어. 지금 중요한 건 아니지. 넌 그렇게 살아도 아무튼 살아 있으면 행복할 테고. 그보다 말야."

"뭔데, 또."

"돌아갈 때 걸을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아."

" …."

 

야츠모는 선글라스를 재차 고쳐 썼다.

 

"너 말야…."

 

이치지쿠는 고집스럽게 팔짱을 끼고 침묵한 채 깨진 유리 위에 앉아있었다. 빛이 굴절 때문에 산란한다.

이상,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가 어떤 결심을 하기 약 2주 전.

 

 

 

 

 

 

 

 

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짱~
하나하나 사건 써주고 싶었는데 너무 길어져서 cut이 되었어요 

어쩌다 보니 버려진 대사 
"하지만 내부까지 엉망인 걸 두고 살 수 있을 리가 없지. 사양이야. 알아봐도 알아봐도 사랑할 구석이 없어. 너는 이 나이까지 테디베어를 끌어안고 자라고 하고 싶은 거니? 그것마저 추억이 없다면 소용없다고."

 

 

 

 

 

 

[ 그들의 발걸음은 다른 이들과는 다르게 가벼웠다. 허나 그것이 안정성에 기반한 것이 아니라, 액자 바깥의 인물로써 하나의 풍경을 바라보는 관람객과 더 흡사하다고 볼 수 있었다. 자신들에게는 닥쳐 오지 않으리라 여기는 하나의 무관심. 혹은 염원이라고도 볼 수 있는 의식에 가까웠다. ]

 

셰님 조각글에서 이어짐(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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