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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D100<=4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70 > 70 > 실패
사람을 이루는 것은 기억일까요?
그렇다면, 당신 앞의 저장장치도 이치지쿠라고 할 수 있을까요?
최신식상조서비스:기억이전하드
W. 갯강구
KPC 大海原九
PC 黒粋奴藻
무심코 현관 문을 열어보았을 뿐입니다.
시킨 적 없는 택배가 문에 턱 걸립니다.
하지만, 수신인의 이름과 주소는 분명히 이곳이 맞습니다.
黒粋奴藻
?... 난 이런 거 시킨 기억 없는데? (이름 재차 확인 후 우선 집 안으로 상자를 들인다.)
열어봐도 되는 건가...
이름에는 분명히 '쿠로이키 야츠모' 라고 적혀 있습니다.
택배를 적당한 곳에 올려놓고, 개봉용 칼을 들어 박스의 테이프를 가릅니다.
매끄럽게 지나간 칼날은 손쉽게 택배를 엽니다.
그 안에는...
외장하드와 엽서 한 장이 들어 있습니다.
黒粋奴藻
아- 그러니까... ... 더 모르겠잖아. 내가 사겠냐고, 이걸. (엽서부터 엄지와 검지로 집어올린다. 내용은?)
'본사의 서비스를 이용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치지쿠 님은 언제나 당신과 함께 할 것입니다.'
단단하고 두꺼운 미색 종이에 고급스럽게 인쇄된 것이 초대장 같다는 감상을 줍니다.
黒粋奴藻
뭐야, 악질적인 장난이라도 치는 거? 나한테는 안 통하는데~ ...그 자식이 준비해둔 건 아니겠지. (뒷면까지 이리저리 돌려본다.)
뒷면에는 별다른 표시가 되어 있지 않습니다. 깔끔한 로고가 하나 박혀있기는 한데...
야츠모, 지능 판정.
黒粋奴藻
cc<=65 지능 (아이디어) (1D100<=6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52 > 52 > 보통 성공
...아, 기억났습니다. 이 로고, 전광판에서도 본 적 있네요.
이치지쿠가 얘기해 준 적도 있고요, 뭐라더라, 요즘 유명한 상조 서비스 중 하나라고 했는데.
생전 고인의 기억을 데이터화해서 외장 하드에 담아준다는 '기억 이전 하드' 서비스.
그리운 그 사람과 영원히 함께! ...가 캐치프레이즈였던가요?
黒粋奴藻
아아, 그런 게 있었지... 뭐가 영원히 함께야, 무슨 의미가 있다고. 편한 세상 다 됐군...(푸념 늘어놓으며 외장하드로 관심 돌린다.)
외장하드의 외견은 평범합니다. 아까 명함에서 본 로고가 옆게 음각되어 있는 정도네요.
컴퓨터에 연결할 수 있는 선이 동봉되어 있습니다.
...일단 당신에게 온 것은 확실하니, 외장 하드를 열어 보는 것도 좋겠네요. 뭐가 들어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거실에 있는 pc를 켜고 외장 하드를 연결합니다.
외장하드의 상단에 불빛이 들어오고, 낮게 진동이 울립니다.
그 진동음이 심장박동처럼 규칙적으로 들리는 것은 기분 탓일까요?
컴퓨터에 연결된 외장하드가 프로그램에 의해 한 번 스캔되고, 곧장 파일 탐색기가 열립니다.
그리고...스피커 너머.
大海原九
...누구세요?
이치지쿠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黒粋奴藻
... 허?
아니... 이런 식으로? (답하는 대신 혼잣말이 이어진다.)
大海原九
저기...?
스피커 너머에서는 의아한 목소리만이 이어집니다.
黒粋奴藻
... (마우스 잡더니 연결된 하드 내부 파일 살펴본다.)
하드 내부에는 여러 폴더가 들어 있습니다.
제일 큰 폴더는 역시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
그 아래로 이치지쿠가 태어난 이후의 년도가 카테고리화 되어 있습니다.
'생김새' 폴더나 '추억' 폴더는 좀 웃기게 느껴질수도 있겠네요.
'트라우마', '꿈', 신체 정보' 등등...
말 그대로 한 인간에 대한 모든 것이 들어 있습니다.
黒粋奴藻
정말... 비인도적... 아니지, 그런 걸 언제 신경썼다고. 그것보단 비인간적이라는 말이 더 어울리나? (더 들여다보는 대신,) -그래,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 진짜 몰라서 묻는 거냐?
大海原九
(잠깐 답이 없다가 묘한 목소리로 묻는다.) 그게 제 이름이던가요?
黒粋奴藻
...뭐라고? 장난이지?
大海原九
장난? ...단어 개념은 알고 있는데요, 그게 지금 상황과 연관이 있나요?
黒粋奴藻
내 말은, 정말 네 이름을 잊었냐는 소리야.
大海原九
그런 모양인데요. (잠깐 침묵한다.) ...아, 팔짱을 낄 수가 없군.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건지 정도는 기억하지만...뭐, 아무튼.
어느 쪽이 성이죠?
黒粋奴藻
아, 그건 기억해?
...
오오우나바라.
大海原九
이름이 이치지쿠?
黒粋奴藻
그렇지.
일단은 일본인이니까, 뒤쪽이 이름... ...이라니, 이런 것도 알려줘야 해?
大海原九
그건 기억나지 않아서...
참고로 묻는데, 저는 어떻게 생겼죠?
黒粋奴藻
짜증나게...
...객관적인 설명이 필요한 건가?
大海原九
그래주시면 좋고요.
黒粋奴藻
... (관련 폴더가 있던가? '생김새' 들어가본다.)
너 말야, 어쩌다 그렇게 됐는지 기억한다고 했지?
大海原九
네에...
>생김새
이치지쿠의 사진이 들어 있습니다.
정면, 옆, 뒤, 각 45도 각도의 사진.
전신에서 어떤 움직임을 보이는가 참고할 수 있는 행동도 몇 가지 예시가 찍혀 있습니다.
'참고용' 이라고 적힌 폴더에는 어릴 때 사진도 몇가지 들어있는 모양입니다.
黒粋奴藻
나도 참 궁금한데, 설명할 수 있어? (음? 어릴 적 사진들 본다...ㅋ)
20대 때는 복장 이외에는 특별히 신기한 점은 없는 것 같습니다.
고등학교 때야 익숙하고...
중학교 때는 키가 좀 작은데...하고 보다보면,
갑자기 엉엉 울고 있는 유치원생 사진이 있습니다...
黒粋奴藻
(운다...)
엄청 울고 있네 이녀석...
黒粋奴藻
( '왜...이랬던 애가 그렇게 자랐던 거지' -라고 생각하다 보면 지금 눈앞에서 말하는 이치지쿠...로 추정되는 무언가가 떠오른다.)
야츠모, 지능 판정.
黒粋奴藻
cc<=65 지능 (아이디어) (1D100<=6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17 > 17 > 어려운 성공
음, 생각해 보니 사진을 보고 보이는 대로 적당히 말해줘도 될 것 같습니다.
키라던가 머리 색이나, 적당한 생김새 같은 거요.
복장 정도는 같이 말해주는 게 좋을지도 모릅니다...어떤 불상사를 피하기 위해서는요.
黒粋奴藻
키는 대충... 나보다 좀 작았지? 조금, 인가? 훨씬 작았던 것 같기도 하고. (마우스 딸깍.) 170 중반 쯤... 그거 말고는 뭐, 엄청 말랐었고. 머리카락은 까만 색. 일단은 짧은 편...
뭔가 엄청 짜증나는 얼굴을 하고 있었던 것 같은데, '객관적'인 시선으로 보자면... (뭔가 킹받아서 관둠)... 그리고 제일 웃긴 건 옷이야. 의사나 입을 법한 흰 가운에 웬 빨간 기모노를 입고 다녔던 거 알아?
大海原九
...왜 옷이 그 모양이지? (미심쩍은 목소리.)
黒粋奴藻
내가 어떻게 알아? 본인 말대로는 수의라고 하던데, ... ...젠장, 그거 그대로 이뤄진 거 아냐?
大海原九
아하, 수의. 방향은 알겠는데요. 그러니까...
잠시 목소리가 끊기더니, 화면 너머에서 뭔가가 움직입니다.
붉은 색인가? 아니, 검은색...하고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이치지쿠가 화면 안에서 앉아있는 듯한 자세를 취하고 있습니다.
大海原九
이게 맞아요?
黒粋奴藻
...
(얼마나 비슷하지?)
야츠모, 정신력 판정.
黒粋奴藻
cc<=60 정신력 (1D100<=6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45 > 45 > 보통 성공
모니터 너머로 보이는 이미지라 정확하진 않지만, 폴더 옆에 열어둔 사진과 비교하면...
다른 것은 그런대로 유사하지만, 표정이 얌전하다는 것은 확실히 다른 것 같습니다.
표정 하나 때문에 어색하게 느껴질수도 있겠습니다.
黒粋奴藻
...5점 만점에 4점.
大海原九
네? (이상한 곳을 보고 고개를 갸우뚱하듯 움직인다.)
黒粋奴藻
뭔~가 부족한데. 시선부터 좀 돌려봐, 난 여기 있고... ...이건 됐어. 아무리 겉으로 따라해도 근본이 다르다니까? 넌 너무 얌전해.
大海原九
뭐어. 기억하고 있는 건 '죽었다' 라는 거랑, 데이터화되었다는 것 정도라... (이쪽인가? 하며 반대로 고개를 돌려 본다.)
수의를 입고 있었다는 것도 그렇고.
좀 특이한 사람이었나요, 전?
黒粋奴藻
좀? (바람 빠지는 듯한 웃음 소리가 새어나온다.) 굉장히 특이한 사람이었지... 아마 평생을 봐도 뭐하는 녀석인지 파악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평생은 물건너간 모양이지만, 뭐어. 왜? 궁금해?
大海原九
당신은 자신한테 별로 관심이 없나 보죠?
그야 당연하잖아요, 생김새까지 누군가한테 들어야 기억해낼 수 있다니... (화면 너머에서 이제야 '팔짱을 낀다'.) 특이하다면 어떻게?
黒粋奴藻
(짧은 침묵... 보다는 버퍼링에 가깝나. 뭐든 아주 조금은 당황한 탓에 선글라스를 올린다.) ... 제멋대로 군다는 점? 음, 좀 다르지. 본인도 그런 태도를 좋아서 유지하는 건 또 아닌 것 같았고. 내 입장에서는 전부 성가실 뿐이지만...
(이쪽도 팔짱 낀다.) 남 건드는 걸 즐겼던 모양인데, 나름 알고 싶은 게 있어서 찔러본다는 형태였나... 야, 이거 다 의미가 있어? 나 머리 아픈데?
大海原九
성가시다는 건 뭐야. (잠깐 이전과 같은 어투로,) ...아니, 기억날 것 같으니까 좀 더 얘기해 주실래요? 아무래도 스스로는 아무것도 떠올릴 수가 없는 모양이라...
방이 잠겨 있다고 하면 아려나?
지칭하는 것도 어려운데. 일단 이름이 어떻게 되나요?
생각이 익숙하지 않은 건 알 것 같아요.
黒粋奴藻
뭐긴 뭐야, 말 그대로. (한 손으로 제 안면 쓸어내린다.) 이미 죽은 사람이랑 대화하는 취미는 없거든... 당장 관두기도 애매하니 알려주긴 하겠는데. 쿠로이키 야츠모. 너는, 오오우나바라는 '야츠모 군' 이라고 불렀었지, 아마.
大海原九
그럼, '야츠모 군'.
죽은 사람에 대해서 그리움을 느끼는 성질은 아닌 모양이죠?
黒粋奴藻
틀려... 나도 평범한 사람이거든?
그다지 떠올리고 싶지 않을 뿐이다.
大海原九
(화면 안에 보이는 눈이 작아진다. ...가늘게 뜬 걸까?) '상조 서비스'라는 게 있는 세상인데도요?
黒粋奴藻
있다고 모두가 원하는 건 아니지. 왜, 옛날에 나온 소설이나 영화에서 자주 쓰이는 소재. 죽은 사람에 얽매이지 말고 살아가-라던가?
게다가 미안하게도 나는 생각보다 겁이 많거든. 지금 너랑 마주하는 것도 꽤 고역인데, 그건 차치하고. 이미 받아버렸으니 좋다 이거야. 그것보다 움직이는 꼴이 점점 닮아가는 것 같은데...
大海原九
('겁이 많다'는 말에 고개를 옆으로 약간 기울였다 만다.) 기억나는 게 하나 있네.
...아하, 그야 어찌되었건 '본인'이니까요? 기억이 없으니까 뭘 하려고 해도 할 수 있는 게 없던 거지.
덕분에 조금씩 기억나고 있어서 말이야. (본인을 가리키듯 움직인다.) 이 말투가 맞아?
黒粋奴藻
...응.
'기억이 돌아온다'는 개념인가? 어째 기분이 묘한데. 나한테 네 전부를 이런 식으로 맡겨도 괜찮냐? ... (참고 자료라던가 필요하지 않나. 외면하던 나머지 폴더 다시 살피기 시작한다. '추억'...이건 또 뭐야?)
大海原九
(기묘하게 웃는다.) 괜찮고 자시고, 결정권은 '야츠모 군' 한테 있고 여기서 할 수 있는 상호작용이라곤...지금은 '의자'라는 게 있긴 한데. 아무튼 하드 내부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모양이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사람이 된 기분은?
>추억
제일 상단에는 2012년의 폴더가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그 아래로 11년, 10년, 탄생 년도까지 빼곡한 목록입니다.
제일 위의 2012년을 눌러보면 가장 강렬한 기억이었는지, 어떤 연구소의 폭발 사진을 볼 수 있습니다...
그 아래로는 새해의 일인가요? 당신이 있는 방을 배경으로 음식을 잔뜩 늘어놓은 것 같은 사진이 있습니다.
포장지가 있는 걸 보면 배달 음식인 것 같습니다.
원고지 위로 뭔가를 쓰는 사진, 여름 축제의 이미지.
텍스트 파일에는 잠금이 걸려 있습니다.
黒粋奴藻
...하? 이 잠금은 뭔데?
화면 속의 '이치지쿠'는 고개만 갸우뚱하는 모습입니다.
파일을 눌러 보면 뜬 힌트에는 '싫어하는 것' 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黒粋奴藻
'의자'? 그건 또 뭐고. 하... 아무리 좌지우지할 수 있는 입장이라고 해도, 이런 거 풀라고 하면 힘들어지거든. 결국 또 너랑 싸우는 기분이라고. 지금의 너는 물어도 답할 수 없겠지만. 싫어하는 거... (개. 짠 음식. 아무튼 떠오르는대로 무작정 입력한다.)
개, 입력합니다. 정답이 아닙니다.
짠 음식, 이것도 아닌 모양입니다.
黒粋奴藻
(머리 쥐어짭니다)
야츠모, 지능 판정.
黒粋奴藻
cc<=65 지능 (아이디어) (1D100<=6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7 > 7 > 대단한 성공
음, 뭘까나...
생각해 보던 중 떠올리는 건 유독 이치지쿠가 자주 이야기하는 대상입니다.
어어, 그러고 보면 그 녀석 좀 애 같은 구석이 있지...
애들은 너무 좋아하는 건 또 싫어하는 듯 굴기도 하던데 그 반대도 성립하려나? 아무튼 가장 많이 얘기한 거니까 뭐.
'사람', 입력합니다.
텍스트 파일이 열립니다.
보아하니 직접 뽑아낸 듯한 일기 형식입니다. 특징적인 날짜가 목록화되어 있습니다.
黒粋奴藻
일기? 이런 것도 넣어줘? ... (어째 죄 짓는 기분인데)
제일 상단에는 최근의 날짜가 적혀 있습니다. 죽은 당일의 기록입니다. 문장은 간결합니다. '나쁘진 않다.' 말 그대로 '뽑아낸' 모양입니다.
黒粋奴藻
참나...
아래로는 그 전의 날짜들이 나열되어 있습니다. 요약하면 '의외로 나쁘지 않다' 정도입니다. 생활이 좋았나 보죠.
하긴 여긴 '추억' 카테고리니까요.
大海原九
자주 싸웠나 봐?
黒粋奴藻
누가, 나랑 네가?
大海原九
'또' 싸우는 기분이라며.
(잠시 침묵.) 내 기억엔 안 떠오르는데.
黒粋奴藻
주먹다짐은 아니었으니까. 아... 그런 일이 아예 없었던 것도 아니지만. 너, 뭐든 호락호락 넘어가는 경우 별로 없었고? 추상적인 의미의...싸움이라고 해야 할까... 안 와닿지?
大海原九
...말다툼? 사고의 차이?
黒粋奴藻
...아마?
좀 다른가? 글쎄다...
... (이게 추억이면 다른 건? 죽음도 추억으로 분류되는 거라고? '트라우마' 쪽으로 넘어간다.)
사실 사고가 그렇게 다른 것도 아니었어. 오히려 겹칠수록 충돌하게 된다고, 그런 건.
>트라우마
이곳은 카테고리가 그렇게 많지는 않습니다.
[활성화] [비활성화] 폴더로 먼저 나뉘어져 있네요. ...게임이냐?
大海原九
어디서 겹쳤길래 싸움까지 나지? 그럴 성격은 아닌 것 같은데. (뒷말은 어미가 흐리다.)
黒粋奴藻
하하... 잘 봤네. 차라리 이런 성격이 아니었어서 크게 싸웠다면 나았으려나 싶기도... ('활성화' 들어간다.)
제일 위로 '개'가 떡하니 올라와 있습니다...
그 아래로는 납치나 감금 들의 불손한 단어가 간간이 보이다가, '얼굴' 이나 '사람', '관계' 등의 큰 개념도 적혀 있습니다. 누르면 간단한 항목 설명을 볼 수 있습니다.
黒粋奴藻
(감은 잡히지만... 관계? 눌러본다.)
[관계]
여러 사람의 이름이 적혀 있습니다. 간간이 익숙한 이름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이케부쿠로에서 최근에 알게 된 이름들, 아키나 쿠즈미, 하나부사 쥰 등. 가장 앞에는 같은 성을 공유하는 이름 몇 개와 당신의 이름이 적혀 있고...
맨 아래에 간결한 한 문장입니다. '어쩌라는 거야.'
하나씩 이름 위로는 툴팁이 달려 있는 모양입니다만, 항목이라곤 '못 해준 것 기록하기' 에 가까운 일들 뿐입니다... 우는데 놓고 가기, 일부러 빈정거리기, 싫어하는 음식 주기.
그러니까 본인이 친해지려고 송충이 주는 애랑 같은 행동을 하고 있었단 자각은 있었나 봅니다.
黒粋奴藻
다 알고는 있었다 이거지? (그리고 자신의 이름 위로 적힌 그 장대한 기록들을... 하나하나 육성으로 읽어준다. 모니터 안의 누군가에게 들으라는 듯이...)
화면 너머의 이치지쿠가 문장마다 약간 움찔거리는 것이 보입니다...
大海原九
...뭐야? 지금 읽고 있는 거.
黒粋奴藻
뭐기는? 아하, 모르는 척 하시겠다?
네가 '잘 해준답시고' 나한테 했던 짓들. 이걸로 딱히 원한을 품거나...그런 적은 없었는데, 새삼 이렇게 보니 정말 너무했다 싶어서~
大海原九
... ... (한 박자 늦게 입 연다.) 아니, 원한 가진 거 같은데?
(다시 화면 너머에서 팔짱 낀다.) '잘 해준다고' 한 건데 그런 일만 했을 리는 없잖아? 골라서 읽고 있는 거지, 너? 그렇게까지 성격이 나쁜 사람이면 주변에 아무도... (까지 말하다가 마치 무덤 파는 기분이 되어 입 다문다.)
黒粋奴藻
-아무도 없었지, 역시 잘 알고 있잖냐. ('비활성화' 클릭.) 엄밀히 말하면... '아무도'까지는 아니었나. 일단 나도 있었고? 이야, 성격은 확실히 나빴어~ 덕분에 옆에서 죽도록 고생했다니까.
그렇게 부려먹고 가다니, 저 안에 한 줄 더 넣어야 한다니까. 먼저 쉽게 죽어버리기, 뭐 이런 걸로.
大海原九
(뭔가 기억이라도 난 듯 움직임도 소리도 멈춰 있다.) ...그럼 '아무도'는 아닌 거잖아? (어설픈 기억이 전하는 문장.) 그보다, 부려먹다니.
...내가 사장이고 네가 직원인가?
>비활성화
가장 눈에 뜨이는 건 '불' 입니다. 연도는 지금으로부터 대략 6년 정도입니다. 그 외로는, 아까 봤던 항목인 '얼굴'이나 '아이들 웃음소리' '다가오는 사람' '거리' '인사' ... 좀 많네요.
黒粋奴藻
뭐가 이렇게 많지? 이만큼 트라우마를 가지고 일상생활이 가능했던 거야? ... (하나하나 보다가는 한 세월 지나겠군... '얼굴' 설명 본다. 그리고,)
이미 죽어버린 녀석이었다면 인정하지 않으려고 기를 썼겠지만, 나는 분명 계속 옆에 있었어. 사장이랑 직원...은 좀 다르지. 굳~이 따지자면 고객이랑 경호원? ... 돈 안 받고 일하는?
얼굴 항목은, 어렴풋이 듣거나 짐작은 했던 내용입니다. 다만 이번에는 좀 어린 어조로 적혀 있습니다. '질척질척해서 무서워'.
大海原九
그런 것까지 들어 있다고? (손이 화면 속의 '비활성화'창을 잡는다. 잡기만 한다...벽에 걸린 액자처럼.) 대체 뭘 보고 있는 거야, 넌?
(그리고 잠시 침묵하더니 뒷말에만 겨우 반응을 돌려준다.) ...고용관계인데 돈을 안 받아?
黒粋奴藻
... (저렇게 잡아도 내가 보는 걸 말릴 수는 없는 모양이지? '아이들 웃음소리' 클릭.) 보기 시작하니까 좀 신경쓰여서. 별로야? 싫다고 하면 안 보고?
고용관계... 이게 좀. 내 자의로 붙어있는 쪽에 가까웠으니까아, 별 수 없지...라기에는 집도 밥도 전부 덕분에 얻어먹고 살았고.
[아이들 웃음소리]
'웃음소리라는 건 즐거울 때 내는 건데, 저 무서운 얼굴이 기쁜 거라고?'
'전혀 영문을 모르겠어'.
大海原九
(잡았다가 그냥 놓기만 한다. 상호작용이 불가능한 모양이다. 고민하듯 미간을 찌푸린 채 스피커 너머로 간간이 버퍼링 걸린 숨소리가 들려온다.)
...네 설명은, 떠오르는 기억이랑 대조하면, 너무 빙 돌아가는 기분이 드는데. (본인도 그런 화법이었다는 건 거의 무시다.) 그럼 네 직업이랑 내 직업은 뭐야?
黒粋奴藻
적응해라, 줄곧 이렇게 말해왔고 너도 비슷했으니 불만은 하지 마. (복잡한 기분과 함께 '비활성화' 폴더에서 나와 '활성화'로 돌아간다. 이거만 보고 여긴 그만 봐야지. '개' 누른다......)
...엉? 청부업자...였지만 지금은 프리터. 너는 소설가.
[개]
특정한 날짜가 먼저 적혀 있습니다. [불] 항목에서 봤던 날짜입니다.
오른 다리, 왼팔. 그 아래에 '짖는 소리와 이빨' 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특이사항 : 숨을 때에는 주변에 없는지 확인할 것, 냄새에 주의...
뭐 쫓기면서 물린 적이라도 있나 보지?
大海原九
...청부업자가 왜? (그러나 곧 뭔가 떠올린 듯 애매한 신음이 흘러나온다.) ...아니, 왜 연이 있는지는 조금 기억났어.
그러니까 내가... (받아들이기 힘들다.) 성격이 그냥 나쁜 게 아니라 굉장히... (침묵으로 대신한다.) 그렇다고?
黒粋奴藻
...굉장히, 뭐라고? 안 들렸다?
(한 인간의 속내를 파헤친 기분이라 영 찝찝하다. '꿈'으로 넘어간다.) 청부업자기는 했지만 살리는 쪽으로 전향했었지, 아, 왜 이렇게 그리운 느낌이...
大海原九
...말 안해도 짐작할 거 아냐? 그걸 꼭 입으로 듣고 싶어? (짜증을 내듯 약간 목소리가 올라갔다 내려온다.) 그거 참 영화에 나올 것 같은 전향이네. '영화 주인공 군' 이라고라도 불러줘야 하나.
>꿈
항목이 그렇게 많지는 않습니다. [장래희망]과 [수면]으로 나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黒粋奴藻
헤에. 그 싹퉁머리를 보아하니 내가 알던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로 돌아온 모양이군. (빈정대는 투는 놀린다기보다 분위기를 환기하려는 것에 가깝게 들린다. 그만큼 가벼웠다. '장래희망' 들어간다.)
장래희망 항목에는 하나의 영상만 들어 있습니다.
黒粋奴藻
... (영상? 재생한다.)
당신도 본 적이 있을 영상입니다.
유명하죠, 이 애니메이션.
토토로의 한 장면입니다...애들이나 어른이나 사이가 좋아 보이네요.
멈추거나 닫지 않으면 반복재생됩니다.
黒粋奴藻
...오오우나바라, 너... ...
... ... ...
토토로가 되고 싶었냐?
大海原九
무슨 바보같은 소리야? (짜증냈다.)
黒粋奴藻
... 너, 거기서 영상 보여?
大海原九
네가 뭘 열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했잖아, 이 멍청아まぬけ.
黒粋奴藻
아... 그럼 됐어. 내가 방금 한 말은 잊어라. 너의 동심을 비웃고 싶지는 않으니까... (이건 놀리는 거 맞음)
大海原九
... ... (스피커 너머에서 키잉, 울리는 소리가 난다.) 뭘 보고 그딴 얘기를 하는 거야? 거기 대체 뭐가 적혀 있는 건데, 이제와서 동심이 무슨 상관이야. 설마 내가 어릴 적도 없이 뚝 떨어진 줄 알고 있던 건 아니겠지?
黒粋奴藻
솔직히 그랬어도 이상할 건 없다고 생각... ...이건 아니지. 그래. 우는 얼굴은 귀여웠지~... (그래서 '뭐가 있는데' 라는 질문에는 결국 답변도 하지 않고 넘겨버린다. 슬쩍 '수면' 클릭한다. 약간의 눈치를 보며...)
[수면]
완전히 무의식 영역인 모양입니다. 예를 들면, 25년 전쯤의 날짜에서는 인형옷을 입을 형체들과 손을 잡고 즐겁게 뛰어다니는 모습을 볼 수도 있습니다...
간간이 완전히 폐허가 된 이케부쿠로나 낯선 동네가 있는 게 아니라면, 좀 특이한-예를 들면 거꾸로 걸어다니는 사람이 자연스럽게 있는 일 같은 걸 무시하면 지극히 평범한 꿈입니다. 좀 특이한 거라면 필터 먹은 것처럼 예쁜 거랄까w.
극단적이지만 어느쪽이든 영화 같습니다.
大海原九
...아니, 진짜로 뭘 보고 있는 거지? 뭔가 볼 거라면 말하라고, 너도 구멍이 있는 상대는 어려울 거 아냐? (도중에 태도를 바구기로 했는지 약간 부드러워진 톤이다.)
黒粋奴藻
어렵기는 한데, 오히려 구멍이 있는 상대를 너무 오래 대해와서 어려운 쪽이 익숙하다고나 할까... 오케이. 그럼 해석이나 맡겨볼까? 네 꿈인 모양이야. 상당히 기묘한 형태고?
폐허가 된 거리, 도시... 오, 방금 굉장히 이상한 사람 지나갔다.
大海原九
꿈? ...'데이터화'라더니... (전부 아닌가. 짜증을 내듯 화면의 발이 가볍게 바닥을 두드리는 모습을 보인다. 뒤늦게 무언가 떠올린 모양이다.)
... ...너도 싫은 거 한두개 정도는 있을 거 아냐?
꿈이라면 그런 건 없어졌으면 좋겠다, 정도는 생각하는 거겠지.
黒粋奴藻
아하, 없어져서 저 상태가 된다고? (도움은 됐다만 심경은 더 복잡해지는 기분. 이거 원...) 지금은? 없애고 싶은 게 떠올라?
大海原九
... ... 그리고 그게 뭐든 없어지면 곤란하다는 걸 눈치챌 정도의 나이는 된 걸로 알고 있어.
그야 없애고 싶은 거라면 잔뜩 있지만, 뭐든 없어지면 곤란해지는 거라고. 알겠어, 야츠모 군? 무의식이란 건 바보란 말이지.
黒粋奴藻
그-렇긴 하지. 없애고 싶다고 전부 없애고, 보기 싫다고 전부 외면할 수 있다면 인간보다는 짐승에 가깝고. (이젠 자연스럽게 파일들 뒤적거린다... '신체 정보' 인가?)
하지만 없애고 싶다고 말하는 정도는 괜찮지 않나?
>신체 정보
키는 174cm, 무게는 50kg.
손이나 발의 크기, 각 신체의 둘레도 적혀 있습니다. 3d 스캔도 할 수 있겠네요.
黒粋奴藻
(별걸 다 알려주네)
이렇게 정교한 수치가 필요해? 이미 죽은 사람은 앞으로 저 기록이 변동될 일이 없으니, 어찌 보면 가장 정확한 수치겠지?
大海原九
(아까의 질문에 잠시 침묵했다가 뒤늦게 반응한다.) ...이번엔 뭘 보고 있는 거야, 대체?
뭐든 '데이터화' 한다면 전부 들어 있겠지.
넌 흉터가 있던가? 아마 그것도 네가 데이터화 된다면 어딘가엔 적혀 있을 걸.
黒粋奴藻
에엑. 기분 이상하다고. 적혀봤자 받아볼 사람 없어서 다행이구만...
大海原九
기분이 이상한 것도 한순간이지. 그 정보가 알려지든 말든 나는 실체가 없게 된 데다가 딱히 밖의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니 '그래' 라는 기분이야... ...
...그래서, 궁금증은 전부 채웠나?
黒粋奴藻
...어느 정도는? 이런 식으로 채워봤자 크게 달갑지도 않다, 마냥 모르고 사는 것보다는 나은...건가?
아쉽진 않냐? 밖의 아무것도 못 본다던가, 그런 거. 그래도 사고할 줄 아는 거 아냐?
大海原九
그건 네가 판단할 일이겠지. 뭐 이젠 적당히 대충 생각이 나서 말하자면, 아마 난 희희낙락하면서 뒤져볼 것 같고...
(눈 가늘게 뜬다.) 정확히는 아주 못 보는 건 아니야. 그 하드에 접속을 못 하는 거지, 나도 검색 정도는 할 수 있으니까. 당장 네가 뭘 하고 있는지 같은 건 모르겠지만 캠 같은 게 있으면 볼 수는 있겠지.
黒粋奴藻
자랑이십니다! 그런 상황이었다면 그 안에서 욕 뒤지게 했겠지, 음, 되려 '그래, 봐라 봐~'같은 상태가 됐을 수도 있겠군.
말마따나 캠이라도 있었다면, 네가 모든 상호 작용이 가능한 상태였다면 더 생생하게 대화가 됐을 테고, 그건...
정말 너무한 처사네.
大海原九
('자랑이십니다' 부근에서 메롱하는 듯한 움직임이 지나간다.)
너한테, 아니면 나한테?
黒粋奴藻
둘 다?
...아무렇지 않았을 것 같냐?
大海原九
(화면 속의 이치지쿠는 이상한 곳을 노려보고 있다.) 아무것도 먹거나 마실 필요가 없어지고, 인간다운 번거로움이 제거된 상태는 생각보다 그리 쾌적하지 않군.
좋아, 그렇게 기대는 약간 했지만 현실적으로는 아무렇지 않을 거라고 예상했다고 기억해.
黒粋奴藻
빙빙 돌려서 말하기는 여전하군. 적당히 알아들었다.
그래서 결국에는... 그거야, 데이터화된 것들은 대부분 읽었고, 분명 그 과정에서 알아낸 것도 많을 테지만.
아무리 그렇게 읽어낸다 한들 모르는 속마음이나 사고는 항상 존재하기 마련이라고. (그리고 그걸 파악하기 귀찮아서 전부 넘겨짚고 살아왔건만, 참으로 번거롭게 됐다...)
大海原九
(이 즈음에서 '이치지쿠'는 전부 덮어놓고 이 말부터 했다.) 그건 네 업보지, 내 탓은 아니야. (비록 이쪽도 이렇게 된 다음에야 알게 된 게 있는 것은 맞다만.)
(죽은 사람은 보통은 잃을 게 없는 법이다.)
이걸 무슨 상태라고 해야 할지는 다소 의문이어도 말이야... (잠시 스피커 너머로 노이즈 낀다.) 엄밀히는 완전하게 '죽은 건 아니'지. 산 것도 아니지만.
너는 뭐라고 생각하지?
黒粋奴藻
(눈 감는다.) 뭘. 지금 네 상태를?
大海原九
그래, 이거 말이야.
黒粋奴藻
...완전히 죽은 건 아닐 수도 있지, 관점에 따라서는. 그런데 난 이미 널 죽은 사람이라고 인식해 버렸다고.
말하자면 '되살아난다'는 개념이 좀 더 정확해. 그치만 그건 불가능하지?
大海原九
...그래서?
黒粋奴藻
그래서?
인정하기 더럽게 싫지만, 죽었다?
...이걸 꼭 나한테 물어야 해?
大海原九
난 존재한다면 이런 꼴이라도 가능한 존속하고 싶고, 그건 네 협력이 없으면 불가능하니까 말이야.
네 태도에 대해 확인이 필요했던 거야, 야츠모 군, 알아? 나는 네가 지금 뭘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데 전부 맡겨야만 한단 말이지. 그건 정말로...
(목소리가 드문드문 끊기다가 돌연 부드럽게 바뀐다.) ...캠 사줘.
그러면 너도 굳이 그런 거 인정할 필요 없이 지낼 수 있잖아, 안 그러니?
黒粋奴藻
아시다시피 사람 죽이는 쪽이 전문이었던지라. 나는...
너, 그거 '살고 싶다'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좋은 거지?
大海原九
지금까지 뭐 들었어?
그래, 나는 정말이지 살고 싶다고. 그동안 말해오던 게 전부 종잇조각이 되든 뭐든 말이야.
黒粋奴藻
(한숨. 꽤 길게 내뱉었다.) 네가 말했어. 그럼 난 들어주는 수밖에 없지.
누구든, 어떻든 살고 싶어하는 순간 살리는 것 외에 선택지는 없다니까. 새삼스럽게...
그런데 나는 이미 한 번 실패했거든. 인생에서의 총 횟수로 치자면 두 번인가? 그렇게 됐으니 조금 못 미더워도 별수 없어, 알지? 그리고... (말 끝 흐린다.)
大海原九
이번엔 뭐야?
黒粋奴藻
캠은, 하는 거 봐서? (농담.)
... ...언제든 그만하고 싶어지면 맡겨라. 죽이는 쪽 전문이라니까.
大海原九
그건 단언컨대 '아니' 라 할 수 없는 게 인간의 좋은 점이지.
(물론 반은 악담이다.) 몇 년일지 개월일지 예상도 안 가는 상태인데 캠 정도는 그냥 사줘도 되잖아? 쩨쩨하게 굴지 마, 야츠모 군...
뭐든 할 수 있는데 캠 하나쯤 어때?
그 편이 너도 편할 걸.
黒粋奴藻
바보 같은 소리를, 편해지고 싶지 않을 뿐이야.
大海原九
불편한 걸 좋아했던가?
黒粋奴藻
너무하다는 내 의견은 홀라당 까먹으셨지?
大海原九
왜 너무한지 모르겠는걸. (딴청 부리는 듯한 목소리다...)
黒粋奴藻
좋아, 그거 알아내기 전까지 캠 설치는 보류.
大海原九
... ... ...
...이럴 거야? 이럴 거냐고?
黒粋奴藻
왜, 더 불만 있나?
大海原九
인정하기 더럽게 싫다며.
어조도 똑같이 들려줘? '그래서, 인정하기 더럽게 싫지만...'
黒粋奴藻
그만. 너야말로 편해지기 싫지?
大海原九
아니, 굉장히 편해지고 싶은데. 좋아, 이 화제는 나중으로 하고.
그럼 또 당분간 잘 부탁해, 야츠모 군.
黒粋奴藻
이렇게 되네... ...잘 부탁해, 오오우나바라.
사람이 살아있다는 것은 무엇으로 증명할 수 있을까요?
모든 기억이 담겨있는 기계장치와, 아무런 기억을 갖고있지 않는 사람 중에 어떤 쪽이 가장 생전과 근접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당신은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모든 것에 우선하여,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는 죽은 바 있다고.
이걸 되살아났다고 할 수 있을까요?
적어도 그런 기술은 당장 당신이 아는 중에는 없고, 애초에 가능한지도 모릅니다. 이 이치지쿠가 언제까지 제정신일지도 알지 못합니다.
이것은 잠깐의 유예입니다.
그럼에도 당신은 PC를 끄는 대신에, 화면 보호기를 꺼 두기로 합니다.
볼륨을 조금 더 높이고, 마이크의 감도를 조절합니다.
왜냐면 이치지쿠는 살아가고 싶다고 말했고, 당신은 다시 한 번 더 그러겠다고 했으니까요.
이것이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방법입니다.
누가 먼저 그만둘지는 시간이 알려주겠죠.
PC 생환, KPC 생환?
End. Till i die.
Route 2
'인정하기 더럽게 싫지만, 죽었다?'
...이걸 꼭 나한테 물어야 해?
그렇게 물으면 이치지쿠는 간결하게 대답합니다.
뭔가를 할 수 있는 건 너밖에 없지 않느냐고.
그건 살아있는 사람만의 특권인 법입니다.
黒粋奴藻
무슨 말이 하고 싶었던 건데? 보라고, 아무리 글자로 된 무언가를 읽어도 이러면 꽝이야. 너는.
네가 살아있다고 말하려는 건 아니겠지.
...그렇지 않고서야 지금 내게 뭔가 움직임을 종용한다는 건, 정말 무슨 일이 일어나든 받아들이겠다는 뜻이나 마찬가지니까.
大海原九
(스피커 너머로 웃음 소리가 난다.)
지금까지 내가 한 게 뭐라고 생각하는거야, 넌?
나는 '받아들여야 하는' 거지, 야츠모 군. 내가 어떻게 주장해도 데이터 쪼가리가 뭐가 할 수 있다고.
심지어 나에 대한 게 담긴 메모리에는 접근도 못 해서, 네가 알려주는 걸 기반으로 떠올려서 이제야 내가 뭔지 알았단 말이야. 가엾어 할 줄 알아야지, 소년...
黒粋奴藻
미안하다고, 데이터 쪼가리 님. 미안, 네가 너무 인간같이 굴어서 잊고 있었다. 넌 어디까지나 남겨져서 구현된 데이터...같은 거지.
大海原九
(날카롭게 울리는 소리가 난다.) 이치지쿠라고 불러.
黒粋奴藻
오오우나바라.
너, 이쯤했으면 알잖아. 이후에 내가 뭘 할지 정도는.
大海原九
그걸 내 입으로 확정하라고? 싫네, 그건. (코웃음 치는 소리.) 사디스트도 정도가 있어. 적어도 네가 말해야지.
黒粋奴藻
너야말로? ('살고 싶다' 한 마디면 나는 적당히 도망칠 수 있는데, 그런 이유로 그 말을 유도하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외장하드를 연결해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 코드로 다가간다.)
역시... 네가 이쪽을 바로 못 봐서 다행이다!
USB케이블이 본체에서 분리됩니다.
문득 화면 속에서 이치지쿠가 입을 달싹이고, 그대로 몇 초간 멈춰있더니 강제 종료되어 사라집니다.
외장하드의 불이 꺼지고, 웅웅거리던 박동소리도 멈춥니다.
당신의 손에는 이치지쿠와 당신을 이어주던 코드 선만이 덩그러니 들려 있습니다.
화면은 소리없이 파란 빛을 뿜어내고 있습니다.
언제 이런 시간이 된 걸까요?
어두워진 방 안에서 파란 불빛만이 당신의 뺨을 비춥니다.
적막입니다.
이 기계장치를 이제 어떻게 할까요?
黒粋奴藻
(아무런 소리를 내지 않는 기계장치를, 그 어두운 공간에서도 한참 바라본다. 이윽고 장치를 전부 정리에 품에 안고서 현관 문을 연다.)
(방의 전등에 불이 들어오게 되는 건 길고 긴 분리수거가 끝난 뒤일 것이다.)
이케부쿠로는 밤에도 조금은 소란스럽습니다.
아직 불이 켜진 거리에서 웃고 떠드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그를 뒤로하고 하나씩 택배로 온 것을 정리해 버리고 있자니,
이 데이터를 쌓아올리기까지는 32년이 걸렸겠지만,
버려지는 것은 얼마 걸리지 않는다는 감상이 들수도 있겠습니다.
모든 삶이 그렇습니다. 아무리 공들여 쌓아도 덧없이 무너지는 법입니다.
'내가 아무리 소중히 해 봐야 나한테만 소중한 거야.'
최근 개봉한 영화에서 나왔던 대사는 누군가의 빈정거리는 어조를 많이 닮았습니다.
그러나 무엇이 사라져도 삶은 이어지고 세상은 돌아가는 법입니다.
어쩌면 이것은 시대에 걸맞은 아주 간편한 장례식이 아닐까요?
1D7 (1D7) > 3
분리수거한 쓰레기들이 회수되는 날까지는 3일이 남았습니다.
3일 뒤에는 완전히 안녕입니다.
지금 향이라도 올려 둘까요?
PC 생환, KPC 로스트?
3일 사이 별 일이 없다면 외장 하드는 수거되어 사라집니다.
End. But the world continu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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